AI한테 글 맡기면 티가 확 난다

며칠 전에 지인이 보낸 안내문을 읽다가 첫 줄에서 멈췄습니다. “오늘은 새로운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.” 그 한 줄에서 바로 알았습니다. 아, 이거 AI가 썼구나.

본인은 자연스럽게 썼다고 생각합니다. 그런데 읽는 쪽은 귀신같이 압니다. 내용이 틀린 것도 아니고 맞춤법이 어긋난 것도 아닌데, 어딘가 기계 냄새가 납니다. 그 냄새의 정체가 뭘까. 저는 매일 블로그 글과 영상 대본을 AI로 굴리는 사람이라, 이 “AI 티”를 안 내는 게 곧 밥줄입니다. 그래서 초안이 올라올 때마다 똑같은 버릇이 반복된다는 걸 알게 됐고, 하나씩 메모해 9개로 추렸습니다.

이 글은 그 9가지 버릇 목록과, 그걸 AI한테 직접 고치게 시키는 프롬프트입니다. 어디서 짜깁기한 게 아니라 제가 매일 쓰는 검수 흐름 그대로입니다.

AI는 왜 똑같은 티를 내는가

AI한테 글 맡기면 티가 확 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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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I는 가장 무난하고 평균적인 문장을 고르도록 만들어졌습니다. 그게 안전하니까요. 문제는, 사람의 말맛은 평균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.

사람은 짧게 끊었다가 갑자기 길게 늘이고, 어미를 섞고, 가끔 비문도 씁니다. AI는 그걸 안 합니다. 모든 문장을 고르게, 예의 바르게, 가능형으로 마감합니다. 그 “고른 매끄러움”이 바로 티의 정체입니다. 그러니 고치는 방향도 하나입니다. 매끄러움을 일부러 깨는 것.

AI 티 9가지 버릇 — 제가 매번 잡아내는 목록

초안을 받으면 이 9개부터 훑습니다. 하나라도 걸리면 그 자리에서 손봅니다.


  1. 시작 인사말 — “~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”, “~을 살펴보겠습니다”. 사람은 안내 없이 그냥 본론으로 들어갑니다.
  2. “~할 수 있습니다” 남발 — 단정을 피하려는 습관. 모든 문장이 가능형으로 끝나면 글에 힘이 빠집니다.
  3. 결론 정형구 — “결론적으로”, “정리하자면”, “종합해 보면”. 굳이 정리를 예고합니다.
  4. 어미가 다 똑같다 — 처음부터 끝까지 “~입니다”로만 끝납니다. 사람은 “~거든요”, “~잖아요”, “~죠”를 섞습니다.
  5. 문장 길이가 다 똑같다 — 모든 문장이 비슷한 길이라 리듬이 자장가처럼 평평합니다.
  6. 기계적인 3개·5개 리스트 — 내용과 상관없이 항상 딱 떨어지는 개수로 끊습니다.
  7. 강의 톤 단정 — “이는 ~을 의미합니다”, “~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”. 다 아는 걸 선언하듯 말합니다.
  8. 번역투 — “~에 대해”, “~을 가지다”, “~에 있어서”, “~화 되다”. 영어를 직역한 골격입니다.
  9. 속 빈 수식어 — “매우 다양한”, “효과적으로”, “성공적으로”, “손쉽게”. 구체적인 알맹이가 0인 꾸밈말입니다.

이 9개 중 3개 이상이 한 글에 보이면, 읽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“이거 AI네”라고 느낍니다. 제 기준에선 3개 이상이면 그 단락은 다시 씁니다.

AI한테 스스로 고치게 시킨다 — 진단 프롬프트

사람이 9개를 일일이 찾는 건 느립니다. 그래서 찾는 일부터 AI에게 시킵니다. 핵심은 “고쳐 줘”가 아니라 “어디가 걸리는지 표시만 해”입니다. 바로 고치라고 하면 또 매끄럽게 뭉개 버리거든요.

아래 글에서 'AI가 쓴 티'가 나는 부분만 찾아 표시해줘. 고치진 말고 진단만.
이 9가지를 기준으로 봐:
1) 시작 인사말("~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")
2) "~할 수 있습니다" 남발
3) 결론 정형구("결론적으로/정리하자면")
4) 어미가 "~입니다"로만 반복
5) 문장 길이가 다 비슷함
6) 기계적인 3개·5개 리스트
7) 강의 톤 단정("이는 ~을 의미합니다")
8) 번역투("~에 대해/~을 가지다/~에 있어서")
9) 속 빈 수식어("매우 다양한/효과적으로")

걸린 문장 원문과 몇 번 항목인지만 목록으로 줘.

목록을 받으면 어디를 손볼지 한눈에 보입니다. 제가 직접 고칠 수도 있고, 그 목록을 다시 던져 교정까지 시킬 수도 있습니다.

교정 프롬프트 — 매끄러움을 일부러 깬다

고치라고 할 때가 진짜 승부입니다. 그냥 “자연스럽게 바꿔 줘”라고 하면 다른 종류의 AI 문장으로 갈아탈 뿐입니다. 그래서 “어떻게” 자연스럽게인지를 못 박습니다.

위에서 찾은 부분을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고쳐줘. 단, 이 규칙을 지켜:
- 어미를 섞어라(~거든요, ~잖아요, ~죠, ~예요를 ~입니다와 번갈아).
- 문장 길이를 들쭉날쭉하게. 짧은 단정문을 중간중간 박아라.
- 시작 인사말, 결론 정형구, 속 빈 수식어는 전부 삭제.
- 번역투는 우리말 골격으로(예: "~에 대해 설명한다" → "~을 설명한다").
- 의미는 그대로, 새 정보 추가 금지.

규칙을 글로 박아 두는 게 핵심입니다. AI는 “자연스럽게”라는 추상어는 못 알아듣지만, “어미를 섞어라” 같은 구체 지시는 잘 따릅니다.

before / after

AI한테 글 맡기면 티가 확 난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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차이를 한 문단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.

고치기 전 (AI 초안). “이번 글에서는 시간 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. 효과적인 시간 관리는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. 첫째,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. 둘째,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. 결론적으로, 시간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.”


다섯 문장에 9번 버릇 중 여섯 개가 들어 있습니다. 시작 인사말, “~에 대해”, “가지고 있습니다”, “~할 수 있습니다” 반복, 기계적 둘째·첫째, 결론 정형구.

고친 후. “시간 관리, 다들 어렵죠. 그런데 두 가지만 잡아도 확 달라집니다. 하나는 생산성이에요. 할 일이 줄을 서니 머리가 덜 복잡합니다.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. 쫓기는 느낌이 사라지거든요.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이 둘이 전부입니다.”

내용은 같습니다. 어미를 섞고, 짧은 문장을 박고, 인사말과 정형구를 들어냈을 뿐입니다. 읽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집니다.

처음부터 티 안 나게 시키는 법

가장 좋은 건 사후 교정이 아니라 애초에 잘 뽑는 겁니다. 글을 시킬 때 이 한 줄을 프롬프트 끝에 붙여 둡니다.

[문체 규칙] 어미를 섞고(~거든요/~잖아요/~죠/~입니다 번갈아),
문장 길이를 들쭉날쭉하게 써라. 시작 인사말·결론 정형구·
"~할 수 있습니다" 반복·"매우/다양한/효과적으로" 같은 빈 수식어는 쓰지 마라.

이걸 미리 깔아 두면 교정 횟수가 눈에 띄게 줍니다. 저는 자주 쓰는 시스템 프롬프트에 이 규칙을 아예 박아 놨습니다.

자주 막히는 지점

Q. 고쳐 달라니까 너무 가벼운 반말 톤으로 바뀝니다.
“존댓말은 유지하되 어미만 섞어라”를 추가하세요. 격식과 리듬은 별개입니다. 정중하면서도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.

Q. 한 번 고쳐도 다음 답에서 또 같은 버릇이 나옵니다.
같은 모델은 같은 평균으로 돌아갑니다. 문체 규칙을 매 대화 시작이나 시스템 프롬프트에 고정해 두세요. 한 번 고치는 것보다 규칙을 박아 두는 게 훨씬 오래갑니다.

Q. 9개를 매번 다 보긴 번거롭습니다.
저는 등급을 나눕니다. 발행물·제출물은 9개 전부, 개인 메모는 1·2·8번(인사말·”할 수 있습니다”·번역투)만 빠르게 훑습니다. 이 셋만 잡아도 티의 절반은 사라집니다.

Q. 너무 고치니까 글이 오히려 산만해집니다.
맞습니다. 매끄러움을 깨라는 거지 부수라는 게 아닙니다. 한 단락에 어미 두세 종류면 충분합니다. 과하면 그것대로 부자연스러워집니다.

결론

AI 글의 티는 내용이 아니라 리듬에서 납니다. 고르게 매끄러운 그 평균을 일부러 깨는 것, 그게 전부예요. 어미를 섞고, 문장 길이를 흩고, 인사말과 빈 수식어를 들어내면 같은 글도 사람 손길이 묻습니다. 찾는 일은 AI한테 맡기되, 마지막으로 소리 내 한 번 읽어 보세요. 입에서 걸리는 문장이 바로 티 나는 문장입니다.

이 9패턴은 제가 매일 굴리며 추린 경험칙이고, AI의 동작은 모델·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. 절대적 정답이 아니라 한 작업자의 검수 체크리스트로 봐 주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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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도유진

챗지피티 등 AI 도구를 직접 써보고 실제 프롬프트와 before/after로 사용법을 정리하는 에디터. 과장 없이 따라 하기 쉽게 전합니다.